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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 법률지원 매뉴얼 개정판 발간이야기

 

김영주 변호사 (연수원 34기)

 

2017년 최초로 변호사의 관점에서 아동학대 법률지원 매뉴얼이 발간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큰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더라도 잠시의 자극일 뿐, 아동학대 사건 자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구조적 문제제기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아동학대사건의 피해아동이 직접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고, 대부분의 가해자가 피해아동의 보호자였기 때문에 피해아동을 위한 변호사를 선임하는 선례들이 거의 없어 변호사로서의 실무적인 경험이나 지식들을 득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또 변호를 하면서 아동학대를 규율하는 주된 법률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의 각 규정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책이나 논문이 거의 없었습니다. 마침 저는 훌륭한 변호사님들과 함께 아동학대 법률지원 작성하였고, 처음 발간된 아동학대 법률지원 매뉴얼은 반응이 매우 좋았고, 많은 변호사들의 변론에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아동학대사건 법률지원 매뉴얼 개정판 표지

 

이후 2020년 후반부터 2021년 초까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이 있었습니다. 이 개정은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아동학대 대응을, 지자체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아동학대 대응의 공공화’ 를 주된 내용으로 하여, 아동학대 대응체계 자체가 크게 변화하고 관련 법률이 모두 개정되었습니다. 또 2021년초부터 탐사보도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으로 온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아동을 살릴 수 있는 순간이 많았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서, 아동학대사건 대응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국민들은 분노하였고, 급하게 법률과 제도가 변경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아동학대 법률지원 매뉴얼의 개정이 필요하게 되었고, 기존에 매뉴얼 발간하셨던 변호사님들과 새로운 변호사님들이 다시 모여 개정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새로이 개정판 매뉴얼에는, 기존의 매뉴얼을 현행 법률이나 제도에 맞게 최신화하고, 아동학대사건의 흐름과 개관으로부터 시작해서 수사단계와 재판단계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하였습니다. 아동학대 판결도 비교적 풍부하게 담았으며, 또 피해아동에 대해서는 사법절차뿐 아니라 피해아동을 보호하고 보호조치에 대한 이해가 함께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보호서비스 체계 및 지원제도에 대해서 설명하였습니다.

 

아동학대는 다른 일반 민형사사건과 달리, 변호사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검찰, 학교, 상담소, 지자체, 쉼터 등 많은 유관기관과 소통해야 하고 이 기관들로부터 정보를 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제도적 해결이 필요하겠지만, 이 기관들에 대한 직접적 연락이 수월하도록 유관기관 정보를 찾아 넣어 변론에 도움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이주아동, 장애아동, 입양아동, 출생신고되지 않은 아동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에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님들께서 자신의 변론경험을 섞어서 각종 팁을 아낌없이 알려주셨습니다.

 

*아동학대사건 법률지원 매뉴얼 개정판 목차 일부 발췌

 

이번에는 특히 기존 매뉴얼과 달리,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에 대한 일반논평을 소개하였습니다.  최근 법적 논거로 국내법만이 아니라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직접 인용하는 몇 건의 판결이 있었고, 아동에 대한 각종 원칙들을 명시적으로 기재한 규범으로서 서면작업에 많이 활동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도 각종 사안에서 변호사님들이 판단을 내려야 하는 많은 순간들에 이 국제법들이 원칙으로서 기능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즉각분리, 보호조치 등에 있어서 법리적인 문제가 매우 크고 쟁점이 되는 것들에 대해서, 실무적 문제점, 법률가로서의 견해, 개정안, 개선방식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기재하고 싶었으나,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만드는 아동학대 법률지원 매뉴얼이기에 각주로 한두줄만 넣은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위 제도들에는 위헌적 요소가 있고, 현실적으로 아동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므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모여 이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제기를 하고 제도 시행의 중간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한편 개정판에 대한 작성이 거의 마무리되고 교정작업을 진행하던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30조 6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헌법재판소 2021. 12. 23. 2018헌바524결정). 해당 조항은 19살 미만의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것을 녹화한 영상물에 대해,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한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해 진정성립이 인정된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받을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적극 보호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반대신문권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이 조항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하였고, 이 조항은 아동학대에서도 준용되기 때문에 아동학대에서도 피해자의 진술녹화에 대해서 신뢰관계인의 진술만으로는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동은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 시간이 지날 수록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일관적 진술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고 행위자측의 회유나 현실적 이유로 인한 진술번복이 쉽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이렇게 단순위헌결정이 내려져버려 피해아동의 변호사로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마지막 교정작업하면서 급히 추가하였지만, 마땅한 대안이나 다른 해결책을 함께 넣지 못하여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입법으로 보완되어 피해아동이 충분히 보호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처럼 매뉴얼팀을 함께 한 변호사님들은 단지 매뉴얼 작성만을 위한 회의만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점도 함께 나누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서로 위로하면서 치열하게 쟁점을 토론하고 대안을 고민하였습니다. 이 모든 내용을 매뉴얼에 담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지만, 추후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개정작업을 함께 해주신 강정은, 김수영, 김예원, 김희진, 박선영, 신수경, 이상희, 이현주 변호사님, 그리고 검수해주신 김민선 변호사님, 실무를 담당해주신 서울변협 홍민지 대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함께 회의하고 논의하는 그 모든 시간이 배우고 깨우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동학대사건 법률지원 매뉴얼 개정판 집필진 소개

 

끝으로, 아동학대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를 변론하시게 되는 모든 변호사님들께, 단순한 변론기술과 법지식이 아니라 소통의 기술과 따뜻한 마음으로 변론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그 과정에서 아동최상의 이익이 구현되기를 바라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영주 변호사 ■
 
34기 사법연수원 수료
전 법무부 인권국 여성아동인권과장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현 서울시 소청심사위원회 위원
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담당 양진영 변호사 Ⓒ (사)한국여성변호사회 뉴스레터발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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