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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국선 보수 개정 이야기

 

정수경 변호사

(사시 39회)

 

 

 

피해자국선변호사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2022. 2. 3.법무부에서는 2021. 10. 5. 시행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에 대하여 “기본업무 내용에 예외를 두고 있지 않아 다양한 사건에 따른 변호사의 다양한 업무 형태가 반영될 수 없고 이런 점이 결국 변호사의 변론권 침해로 이어지고, 정당한 업무 수행에도 보수를 받지 못하는 부당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등의 비판이 있었습니다”, “법무부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일선 검찰청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여 다음과 같이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 내용을 보완하였습니다”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그리고 기본업무를 유연하게 운용하여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일하고도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다. 

 

2022. 2. 3.자 피변들을 위한 보수표 개정은 이전 개정이 시행된지 4개월만에 전격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나의 연수원 동기들, 피국변 동료들은 “법무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 변화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내겐 이러한 법무부의 태도 변화가 기적처럼 여겨졌다. 

 

원인이 무엇일까? 왜 이번에는 과거의 다른 때와 달랐을까? 

 

엄격한 기본업무 설정에 따른 불합리성, 피국들의 항의, 각 변호사단체들의 성명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적극적인 대응(법무부청사까지 방문해서 문제점을 따지고 연속 회의까지 하였으니까), 법무부 인권과의 전향적인 태도,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시기적 특징, 몇 몇 국회의원들의 법무부와 검찰 대상 국정감사에서의 문제 제기, 여변 수석부회장님의 대검 막후 설득(현재 여변 회장님^^) 등등 여러 가지 강력한 원인들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전과 다르게 변화가 일어난 핵심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신앙인으로 처음 법무부가 보수표 개정을 했을 때부터 계속 이 문제를 기도해왔다. 그러나 기도했더니 다음날 바로 법무부가 태도를 바꾸었다는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로서, 또 나이가 들어가고 연차가 올라가면서 국가나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분노와 혐오감을 느끼고 화를 먼저 내게 된다. 상대를 몰아붙이면서 비판하기에 급급하다. 개인적으로 다혈질의 기질이 충만한터라 작년 10월은 입만 열면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어떤 순간이 다가왔다. 이런 태도로는 상대방과 대화할 수 없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깨달음의 순간. 지금 이 순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변화를 이끌어 내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인가? 계속 화를 내면서 상대를 비난하고 내가 의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것인가? 대답은 명료하였다. 그렇다면 상대에게 너는 원래 그랬고, 너에게 기대할 것이 없고, 너는 망해야해 라고 삿대질하는 나의 태도는 버려야한다. 이 태도로 어떻게 소통하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이 길은 아닌 것이다.   

 

현실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소통하고 서로 설득하면, 너와 나는 좀 더 나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거야! 우리의 이러한 작업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굉장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나도 너도 누군가를 돕기를 원하잖아. 우리 같이 노력해보자. 나는 너를 믿어! 너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거야! 나도 너를 도울거야! 라고. 마치 초등학교 일기에 쓰일법한 마음가짐을 가지기로 결단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상대방의 진심도 보였다.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오해가 있었음도 보였다. ‘내가 속한 집단은 다 잘해왔는가 ?’라는 돌아봄의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피국들의 단톡이 생겨 서로를 위로하고 지식을 나누는 기회가 생기게 되어 참 좋았다. 법무부와의 회의는 건설적이고 구체적이고 효율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법무부와 피국들의 소통창구가 마련된 것 자체도 큰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국들과 피해자를 돕는 다른 여성ngo단체와의 소통도 활발해졌다. 

 

결국 피국들을 위한 보수개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기적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 여변에서는 피국들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피국들을 위한 좀더 구체적이고 유용한 일들을 앞으로 더  진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것은, 나의 솔직히 고백은 여변은 정말 멋진 조직이다. 일개 회원의 탄원을 무시하지 않고 후배들의 어려운 상황에 선배들이 귀 기울여 주고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도와주신다. 또한 후배들의 이러한 현실 문제제기로 선배들은 지금 여성변호사 또는 변호사업계의 현실 문제를 좀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도울 수 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상향식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단체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여변”이라고 외치겠다.

 

큰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다. 이것이 인생인 듯하고 이것이 변호사의 일이기도 하다. 피국들의 보수가 개정되자 이번에는 이 두 보수표 사이에 업무를 수행한 피국들의 실재 보수 지급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해서 다시 법무부와 소통을 하고 있다. 

 

우리는 변호사들이다. 우리의 업무를 각종 범죄의 현장들과 불합리하게 벌어진 일들을 다시 상식선에서 회복되고 정리되게 하는 업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하는 변호사의 마음은 어느덧 시간과 함께 냉소적이고 소망 없는, 무딘 마음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변호사인 나도 행복하지 않고 일의 처리는 더 꼬이기만 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소망을 붙들기도 결심해본다. 주변의 답답한 상황에도, 결론이 정해져 있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 따뜻한 기대의 시선을 잃지 않기를, 미래의 좋은 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소망을 붙들어본다. 

 

이번 피국 보수표 개정을 위해 동참해주심 모든 선후배 동료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 정수경 변호사 ■

 

사법연수원 39기

한국여성변호사회 상임이사

한국여성변호사회 피해자국선특별위원회 위원장

現 총신대 이사

現 법무법인 지혜로 변호사

 

 

 

담당 양진영 변호사 Ⓒ (사)한국여성변호사회 뉴스레터발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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