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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 단어로 자기소개를 해주시고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싸움닭”, 제게 9살 딸이 있는데,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기에 “억울한 사람들을 대변해주고 대신 싸워주는 사람이다.”라고 표현을 했더니 “아 싸움닭 같은 거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제가 평소 사람 자체는 성격이 둥글둥글 유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송을 진행할 땐 저도 모르게 ‘싸움닭’기질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꼭 ‘지킬앤 하이드’처럼 이중인격자 같긴 한데, 저도 모르게 법정에서는 싸움닭 기질이 나오는 걸 보니, 변호사인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할 땐 ‘싸움닭’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Q. 변호사님께서 법조인이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 아버지가 지방에서 변호사로 일하셨는데, 어릴 때 항상 집에 와서 서면 쓰시던 모습, 상담료 없이 농산물, 멸치 등등 받고 의뢰인들 상담해주시고, 의뢰인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던 모습, 어딜 가면 지역 어르신들이 저에게 항상 “너희 아버지는 정말 좋은 분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들이 저도 모르게 뇌리에 박혔었나 봐요. 결국 저도 아버지처럼 남들에게 제 지식과 경험으로 도움을 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자연스레 법학과를 전공으로 택하고 아버지 뒤를 잇게 되었네요. 성격이 ‘강강약약’인 편이라 불의를 보면 잘 못 참는 편이었고, 중학교 때에는 일반 친구들을 괴롭히던 학교 일진들 여러 명과 한꺼번에 싸우기도 했어요. 요새 험한 사건들을 뉴스에서 보다보면 제가 그 당시 정말 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피해자였던 친구가 제게 고마워했고, 선생님들께서 “네가 나서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더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잘 나서서 싸워주었다.”라고 하며 ‘정의상’이라고 없던 상까지 만들어서 주시기도 했는데,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더욱 난 억울하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변호사님의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담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혼, 가사법 전문이다 보니 이혼 사건을 주로 하는 편인데, 보통 협의이혼이 안 되어서 이혼소송까지 왔을 때에는 당사자들끼리 웃으면서 잘 헤어지기는 쉽지 않거든요. 소송 과정에서 다툼이 치열하니 의뢰인도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고,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흠집 내고, 조금이라도 더 재산을 받아가려고 피 터지게 싸우는 경우가 많아요. 의뢰인분들이 제게 감정을 토로하며 힘들어하셔서 항상 제가 달래고, 위로해주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곤 했어요. 

 

그런데 황혼이혼을 하셨던 의뢰인 중 한 분이, 둘째 자녀 결혼식을 마치고, 바로 그 다음 날 제게 오셔서 “전 정말 제 할 책임은 다 했다. 어제 자녀 결혼식도 잘 마쳤고, 애들이 잘 살 수 있게 경제적 기반도 다 마련해줬다. 이 날만 기다렸고, 할 건 다 해서 미련이 없다. 그 동안 힘든 일들 자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변호사님께 처음 말씀드린다.”라고 하면서 혼인생활이 어땠는지 말씀을 꺼내셨고, 정말 참고 살기 힘든 일들을 40년 넘게 참고 살아오셨더라고요. 남편에게 협의이혼 얘기를 꺼냈는데, 이제 와서 남편은 이혼은 못해준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진행한 거였고요.

 

그런데 그 정도 되면 사실 남편에게 악감정이 있고 삶이 너무 고단했을 것 같은데, 제 의뢰인은 정말 이혼 소송 과정 내내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아내로서 자기 할 도리는 하시겠다고 하면서 아침식사 챙겨 주시고, 커피까지 내려주시고, 하나하나 다 옆에서 챙겨주시고 혼자 잘 살 수 있게 살림하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이제 힘드시면 그렇게 안하셔도 된다.”라고 해도 할 도리는 하고 좋게 헤어지고 싶다고 하셨고, 사람이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소송 과정 내내 편안한 모습으로 남편을 끝까지 대우해주시고, 저에게도 “변호사님 만난 게 복이다.”라고 항상 웃는 얼굴로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결국 상대방이랑 소송 과정에서 협의도 잘 되어서 조정으로 원만히 사건이 끝났는데, 사건 자체는 일반적인 황혼 이혼 소송이었고, 이 사건 외에 크게 승소했던 사건들도 제법 있었는데도, 그 의뢰인의 책임감,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생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시던 삶의 태도 때문에 그 사건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사건이 끝나고 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경우는 많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편안하게 소송을 진행한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Q. 변호사님의 전문분야 혹은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가요?


이혼, 가사법 두 분야 전문 변호사예요. 어쩌다보니 고용변호사로 일할 때, 형사사건과 이혼 사건을 주로 맡게 되었는데, 제 적성엔 이혼 사건이 더 잘 맞더라고요. 이혼 사건은 의뢰인과 감정적인 소통이 중요한 편이라서, 이런 걸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있긴 한데, 전 오히려 소통하는 게 잘 맞아서 일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어요. 가끔 의뢰인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상담하는 것보다, 저와 상담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심리상담사 자격증이라도 따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실 때도 있었네요.

 

 

Q. 초년차의 변호사였던 나를 돌아보면 어떤 모습이신가요? 어렸던 자신을 돌아보고 그 연차의 여변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초년 차에는 아무래도 처음 하는 사건들이 많으니 겁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괜히 소송 전략을 잘못 짜거나, 변호를 잘 못해서 의뢰인의 인생이 꼬여버리진 않을까 해서 제 판단에 스스로가 불안했어요. 그런데 어차피 변호사는 전문가이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해볼 수도 있고, 여러 방면으로 소송전략을 짜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까지 변호사님들께서 배운 걸로 충분히 의뢰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적으로 일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개인적으로 혹은 법조인으로서 추구하는 목표와 계획이 있으신가요? 


조화롭고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게 제 삶의 목표예요. 일과 가정의 양립도 중요하고, 건강하고 일상에서 소소하게 행복함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매일 감사한 일 세 가지는 생각하고 적으려고 노력 중이고, 취미로 운동도 많이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Q. 추천 및 소개하고 싶은 책, 영화, 공연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최근 가족들과 리바운드라는 영화를 봤어요. 리바운드란 농구경기에서 슛을 한 농구공이 바스켓 안에 들어가지 않고, 림(rim)이나 백보드(back board)에 맞고 튕겨 나온 것을 다시 잡아채는 기술을 말하는데, 맞지 않고 튕겨 나온 것만 보면 실패로 여길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공격선수가 다시 기회를 잡아 공을 넣으면 실패라고 볼 수도 없고, 끈기, 열정으로 결국 경기를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해서 더 놀랐고요. 한 번의 실패나 성공이 영원하지도 않고, 농구경기가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니, 마지막 쿼트를 잘 즐기라는 영화 속 감독의 말도 와 닿았어요. 뭐든 열심히 해보면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으니 실패라 생각하지도 않고, 그리고 성공이나 실패로 여겨지는 일이 있더라도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건 제가 항상 생각하던 바여서, 더 몰입해서 봤던 것 같아요.  

 

 

Q. 변호사님의 인생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카르페디엠!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라고 해석되겠네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 나온 말인데, 정말 좋은 일도, 너무 힘든 일도 결국엔 다 지나가는 거고 현재 이 순간에 감사하고, 충실 하라는 의미예요. 너무 가지지 못한 것에 안달하거나, 미래만 보면서 살려고 하지 않는 제 인생관과 많이 닮아 있어요. 그래서 저도 삶에 있어 순간순간을 감사히 여기고, 일상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Q. 법조인으로서 변호사님의 신념은?


최소한 내 사익을 위해 사건을 맡는데 있어 양심을 팔지 말자는 게 제 신념이에요. 가끔 정말 합의로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사건들이 소송으로 진행되거나, 아니면 법리상 패소할 게 뻔한데도 착수금이라도 받으려고 소송하자고 하며, 민사소송, 형사소송 건수를 만들어 진행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괜히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사건들도 당사자 간 다툼만 부추겨 감정이 상하고, 합의가 될 수 있었던 사건들이 몇 개의 재판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봤어요. 전 법조계에 계신 분들이나, 의료계에 계신 분들은 그래도 직업적 양심이 있고, 너무 상인처럼 굴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정말 의뢰인의 상황을 깊이 파악하고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아드리는 게 변호사로서 제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여변회에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여성 변호사님들은 대부분 일과 가정의 양립 때문에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여변회에서는 이런 여변들의 고충해결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시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법적지원 제공 등 여러 노력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덕분에 여변들이 더 열심히 활동하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같습니다. 항상 뒤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는 여변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임지운 변호사 ■
 
사법연수원 41기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이혼 전문, 가사법 전문 변호사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 법률구조 변호사
한국 가정법률상담소 백인변호사단
서울시 중곡3동 마을변호사 

 

담당 조수영 변호사 Ⓒ (사)한국여성변호사회 뉴스레터발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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