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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병원 치료도 받게 하지 않아 2년 사이 체중이 38kg에서 29.5kg로 급격히 감소하는 등 쇠약해진 의붓자녀를, 의자에 수건과 커튼 끈으로 결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폭행하고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에 대하여, 검사는 아동학대살인죄로 의율하여 기소하였는데, 법원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동학대치사죄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한 판단이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은 강력하고 단발적인 행위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살인 사건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미약한 여러 행위가 신체적으로 취약한 아동에게 장기적‧누적적으로 작용한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특이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아동학대 살해 사건으로 엄단하기 어렵고, 그 결과 오랜 기간 피해아동을 학대하여, 단발적 사건인 일반 살인 사건보다 그 죄질이 훨씬 나쁜 경우임에도, 그에 합당한 처벌이 아닌 오히려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것이다.

 

한편 위 사건은 친모의 면접교섭이 피고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거부된 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피해아동에 대한 학대 정황이 보다 일찍 발각돼, 피해아동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면접교섭이 단순히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자녀의 권리로 논의되고 있고, 따라서 일방적인 면접교섭 거부가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도 있는바, 위 사건에서 검사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기소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위와 같은 아동학대사망사건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고, 울산 아동학대 사망 사건(2013년)에서는 피해자변호인단을 조직하여 ‘살인죄’로 기소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였으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2014년)과 ‘아동학대살해죄 조항 신설(2021년)’에도 역할을 한 바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왕미양)는 오랜 기간의 학대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소중한 생명을 빼앗긴 피해아동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하여, 아동학대치사죄로 의율한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더불어 피해아동에게 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이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피해아동에 대한 아동학대는 조기 발견이 가능했을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아동에 대해 정당한 사유없이 면접교섭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부모에 대해서는 정서적 학대로 의율하여 아동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아동학대 및 아동학대사망사건에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고 아동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하겠다.

 

 

 

2024. 2. 6.

(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 장 왕 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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