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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2020. 10. 13. 생후 16개월의 아동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피해아동은 가해자들에게 입양된 2020. 1.경부터 약 9개월 간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왔다. 그리고 2020. 10. 13. 사망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집 교사와 의사 등에 의한 3차례의 학대의심 신고가 있었으나 서울 양천경찰서는 3건 모두 내사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기소의견 송치하였다. 생후 16개월의 피해아동이 그 긴 시간동안 고통을 참아내다 장기 파열 등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공권력은 철저히 무력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비극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근래에만 보더라도, 2020. 6. 1. 9세 아동이 부모의 학대를 받다가 여행용 가방 안에서 사망하였다. 이때에도 병원,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단계에 이르기까지 아동의 긴급한 상황을 포착하고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수 차례의 기회가 있었지만, 아동은 긴 고통 끝에 여행용 가방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러한 비극은 비단 정인이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2018년 아동권리보장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만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총 28명이다. 정인이와 같은 28명의 아동이 학대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아동학대 사건의 약 80%가 가정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현재에도 ‘가정’이라는 은폐된 울타리 내에서 ‘훈육’을 명목으로 학대받고 있는 아동이 존재한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본회(회장 윤석희)는 2020. 6. 10.자 성명서에서도 이와 같은 현실을 개탄하고, 아동학대사건 초동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아동보호체계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기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으나, 아직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아동학대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의심사건의 초동조사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주로 담당하게 되는데, 보도에 따르면 2020. 11. 기준으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전국 229개 시·군·구중 100곳에만 배치된 상태이며, 인력도 목표치인 290명의 6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67개의 지방자치단체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1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직 직원이 아닌 행정 직원이 순환 배치를 통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되어 전문성 확보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인이와 같은 피해아동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먼저, 본회는 이번 사건의 가해부모에 대하여 살인죄로 의율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현재 양모(養母) 장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 양부(養父) 양씨에 대해서는 방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보도되는바, 언론에 보도된 정인이의 피해, 현출된 증거자료만 보더라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또한, 본회는 아동의 신속한 보호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앞으로 초동조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조사 기능을 활성화를 위하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 견고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폭적 예산 지원, 그리고 아동학대범죄 신고 접수 시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적극 협조 및 수사를 개시할 것을 다시금 강력히 요구한다. 이는 성인과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아동을 위하여 공권력이 담당하여야 하는 최소한이다. 정부는 작년 <포용국가 아동정책>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아동인권 보호를 주창하였지만, 이와 같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초라한 구호에 불과함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2021. 1. 4.

 

(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  장   윤 석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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