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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잇단 '무죄'…성범죄에 '자비로운' 사법부
 

최근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법원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강제추행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강제추행 유죄의 핵심 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심리적인 강제성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은밀한 범죄 '강제추행'...법원은 '까다로운 법 적용'

지난 20일 항소심 재판부는 술을 마신 뒤 잠든 지인의 여자친구 A씨의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한 강모씨에 대해 원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에 대한 폭행·협박이 없었고 A씨가 추행에 대응하지 않고 잠든 척 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대법원은 입사한 지 1주일된 20대 여직원에게 속옷 차림으로 다리를 주무르게 하고 오른쪽 다리를 여직원의 허벅지에 올리는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여직원에 대한 폭행·협박이 없었고 사장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 고려됐다.

회식 중 40대 여교사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가슴 부위를 접촉한 행정실장에 대한 최근 항소심에서도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벌금형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결했다. 환자의 가슴을 수차례 만져 기소된 물리치료사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즉각적인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강제추행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사이 관련 범죄는 매년 늘고 있다. 27일 대법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강간·강제추행 발생건수는 2009년(1만5693건), 2010년(1만8258건), 2011년(1만9498건), 2012년(1만9670건), 2013년(2만2310건)까지 최근 5년간 꾸준한 증가세다. 2013년 기준 전체의 3분의 2가 강제추행 범죄다. 

형법상 강간·강제추행으로 기소된 사건도 2010년(2279건), 2011년(2337건), 2012년(2789건), 2013년(4317건), 지난해(5509건)까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반면 지난해 기준 법원 1심에서 재산형(1968건)과 집행유예(1768건) 판결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처벌수위는 무겁지 않다. 같은 기간 자유형은 989건에 그쳤고 무죄와 공소기각 판결도 각각 137건, 65건으로 집계됐다.
 

강제추행 잇단 '무죄'…성범죄에 '자비로운' 사법부
 


◇"폭행·협박 없는 심리적 강제 처벌 어려워...법률 공백"

여성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법원이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인 폭행·협박 여부를 매우 한정적으로 적용해 오히려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미경 한국여성변호사회 사무총장은 "속옷차림으로 여직원을 추행한 사장 사건의 경우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행위를 할 수 있는데 강제추행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 없어 우리 법률에 공백이 있다"고 말했다.

차 사무총장은 "여성계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성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계속 내왔다"며 "다른 나라에는 심리적 강제성이 있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곳도 많지만 우리는 지금으로선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단체 한국여성의전화도 "강제추행이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개념을 확장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성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로 개념화하는 시대에 동떨어진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강제추행 등 성 범죄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들도 피의자들에 대한 법원의 처벌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형량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판결을 보면 개별 사건마다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형량이 낮고 판사에 따라 유죄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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