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로그인
  • 회원가입
성명서

지난주 인천지방법원은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스토킹 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고 밝혔다.

 

A씨의 혐의사실은 2022. 3. 26.부터 6. 3.까지 전 연인인 B씨에게 하루 4시간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스토킹하여 불안감과 공포심을 주었다는 것이다.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원이 위와 같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A씨는 전화를 계속 걸었으나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전화’가 표시된 상황으로, 전화기에 울리는 벨소리는「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상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으므로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의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고 있는 “음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05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이 사건에 인용하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김학자)는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보호 및 안전한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과 스토킹을 범죄로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이 전혀 다름을 간과하였고, 스토킹행위의 정의규정을 지나치게 법기술적으로만 해석하여 스토킹 피해 행위의 맥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법원은 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 문제되는 정의규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스토킹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 맥락에 대한 판단 등을 통해 한층 더 피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현행 스토킹처벌법상의 스토킹행위의 정의 규정에 관하여 스토킹 피해 현실, 스토킹범죄의 특성, 진화하는 스토킹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심도 있게 진행되기를 촉구한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 유형을 다섯 가지로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한적 열거 방식의 정의 규정은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스토킹행위를 제대로 포섭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토킹처벌법의 존재 이유이자 궁극적 목적인 스토킹 피해자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스토킹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어, 스토킹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법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22년 동안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다 2021년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률이 스토킹행위를 제대로 정의하여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법률을 집행하는 수사기관과 법원 역시 피해 현실과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22. 11. 8.

 

(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  장   김 학 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 [2021. 5. 24.]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적극적 실천을 기대하며-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05.26 623
91 [2021. 5. 28.] 여성변호사에 대한 피해구제를 철저히 할 것과 법조계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05.28 531
90 [2021. 7. 8.] 정치권의 여가부 폐지논쟁에 유감을 표하며, 아동과 여성, 가족을 위한 정책 확대와 추진을 촉구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07.08 472
89 [2021. 7. 9.] 그루밍성폭력에 대한 단죄 판결을 환영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07.09 431
88 [2021. 7. 30.] 여성에 대한 혐오와 조롱은 폭력과 인권침해일 뿐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07.30 463
87 [2021. 8. 2.] 대법관의 인적다양성을 향상하는 여성대법관 1/3 구성을 기대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08.03 417
86 [2021. 8. 11.]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 대법관 임명 제청을 환영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08.11 428
85 [2021. 8. 20.]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은 때로부터 불법행위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08.20 544
84 [2021. 10. 16.] 법무부의 피해자 국선변호사-기본보수제 개선이 필요하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10.18 691
83 [2021. 11. 3.] 대한변협은 감사와 설문을 빙자한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대한 악의적 호도를 중지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와 여성변호사의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11.03 682
82 [2021. 11. 25.] 미성년의 모습을 한 리얼돌이 아동․청소년을 성적대상화 하였음을 지적하고 통관을 금지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11.25 538
81 [2021. 12. 24.]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양육비의 의미를 외면한 배드파더스 운영자에 대한 유죄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12.27 495
80 [2021. 12. 24.] 미성년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영상진술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규탄하며 재입법을 촉구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1.12.27 575
79 [2022. 2. 3.] 법무부의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 신속한 개정을 환영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2.02.03 731
78 [2022. 3. 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즉각 중단을 엄중히 촉구한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 2022.03.07 37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