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1일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 5년 내 5회 응시 제한에 관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23헌바295 등)에서,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에 이르지 못하여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재판관 9인 중 5인은 임신·출산으로 인해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청구인의 사건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하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하였다. 과반수 재판관이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와 직업선택의 자유의 관점에서 현행 제도에 중대한 헌법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은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며, 출산 직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필수적으로 신체 회복과 신생아 돌봄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국가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모성보호 의무를 실현하고 있으며, 특히 근로기준법은 출산전후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변호사시험 제도만은 임신·출산으로 인해 시험 준비나 응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응시기간이 그대로 진행돼, 임신·출산으로 인한 현실적 제약을 사실상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은 다른 어떤 사유보다도 여성에게 직접적이고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애 사건이다.
변호사시험은 5일에 걸쳐 장시간 진행되는 국가시험이다. 임신 중인 응시생이나 출산 직후 회복기에 있는 응시생에게 이러한 시험을 정상적으로 준비하고 응시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험 일정과 출산 시기가 겹치는 경우라면 사실상 시험 응시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모든 응시생에게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임신과 출산의 부담은 여성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임신·출산에 대한 아무런 예외를 두지 않는 제도는 구조적으로 여성 응시생을 차별하는 겻이다.
임신·출산이 법조인을 지망하는 여성들에게 직업적 기회의 상실이나 경력상 불이익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여성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특정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적으로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여성에게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가 출산과 양육을 장려하면서도 전문직 자격 취득 과정에서 임신·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을 방치한다면 이는 허무한 장려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여성이 임신•출산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2023년경부터 위 헌법소원 청구에 공감하며, 임신·출산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부담이라는 점, 이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없다면 이는 여성에 대한 실질적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변호사시험 응시유예 사유에 임신·출산을 포함하도록 변호사시험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 오늘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러한 문제제기가 정당하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여성들이 출산 때문에 직업적 기회를 상실하지 않는 사회, 출산과 경력형성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 책무를 재확인하였다.
국회와 법무부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임신·출산이 법조인 진출의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입법과 제도 개선에 즉시 나서야 한다. 이는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모성보호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며, 저출생 시대에 국가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허윤정)는 국가와 국가기관이 모성보호라는 당연한 가치를 존중하고 여성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를 촉구한다.
2026. 6. 12.
(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 장 허 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