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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 평가 세미나>는 여러모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꽉 채워진 대회의실에 들어서면서부터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열기, 신당역 살인 사건과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공통된 염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찰청 여성안전기학과의 박상진 과장님,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강소영 교수님, 고려대 국제법연구센터 이지혜 국장님의 발제를 들으면서 스토킹 범죄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성을 크게 세 가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범죄를 신고한 이후 오히려 범행의 강도가 더욱 심화되며 종국에는 강력범죄로까지 ‘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수사·재판과정에서 가해자가 열등감, 집착, 분노 등의 보복감정을 느껴 더 강도 높은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감행하는 양상이 여타 범죄에 비해 두드러집니다. 두 번째 특성은 지속성과 반복성입니다. 스토킹 범죄의 높은 재범률은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인 동시에, 비단 수사 재판과정뿐만 아니라 유죄 확정과 출소 이후에도 스토킹 범죄가 지속·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반복되는 실질적인 위협인 것입니다. 세 번째 특성은, 계획범죄를 통해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협을 손쉽게 ‘현실화’할 수 있으며 실제 계획범죄 비율도 높다는 것입니다. 스토킹 살해 사건에서 범행을 계획한 비율은 다른 범죄의 계획비율의 약 세배에 달하며, 대개 가해자가 피해자의 생활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여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급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스토킹 범죄의 이러한 특성들은 ‘가해자의 접근’ 자체가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하는 현실로 나타납니다. 발제자와 토론자 분들은 이러한 가해자의 접근을 실효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피해자의 안전과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현행제도만으로는 가해자의 접근을 막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셨습니다.

 

 

박상진 과장님은 가해자 접근을 금지시키는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처분만을 받을 뿐이어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사건이 빈발하며,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가해자의 접근금지를 신청할 수 없고, 가해자가 실제 피해자의 일정 반경 내로 접근하더라도 이를 수사기관이 바로 알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강소영 교수님은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스토킹 가해자에게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고 기기 설치 및 운영 비용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경우 실효성이 높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가해자의 접근을 금지시키는 각종 보호조치를 간소화하고 현장 경찰의 재량을 강화하여 피해자 보호에 발생하는 시간적 공백을 최소화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님은 수사가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가해자의 접근을 금지시키는 잠정조치가 단절되는 문제를 지적하셨고, 경찰과 검찰이 협력하여 피해자 보호에 필요한 접근금지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하셨습니다. 이지혜 국장님의 발제에서 우리나라의 수사기관, 사법기관이 피해자를 재차 스토킹하고 위협하는 행위를 형법상 주거침입죄, 협박죄 같은 별개의 범죄행위로 파악하는 반면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스토킹 가해자의 접근금지명령 위반을 피해자 살해를 예고하는 강력한 위험인자로 인식하여 대응한다는 점 역시 언급됐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의 한계는 명확하며, 가해자가 실제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 실질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중 하나였습니다.

 

 

국가가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는 문제는, 발제와 토론에서 지적된 것처럼 스토킹 범죄의 특성과 현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과 제도가 왜 피해자 살해라는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는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개선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고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 평가 세미나>가 바로 그 작업을 위한 장을 제공해주었단 점에서 여성 법조인으로서 참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세미나가 법·제도 및 실무의 영역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필요한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우리 여성 법조인들의 꾸준한 관심과 연대 역시 그러한 변화의 발판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 이경하 변호사 

 

변시11회
현 법무법인 인권구조과 수습변호사

재단법인 동천 '제7회 인권활동 공모전'의 활동팀

 

 

담당  변호사 Ⓒ (사)한국여성변호사회 뉴스레터발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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