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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Q. 변호사님을 한 단어로 소개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몇 년 전부터 초등동창 친구들과 모임이 생겨서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는데요. 제가 네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서 ‘신사임당申四姙堂’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우당탕탕 우영우, 권모술수 권민우,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연결되는 질문인 것 같네요. 그래서 자주 보는 다른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저는 ‘맑은 하늘’이라네요(쑥스럽게도). 제가 자주 듣는 말로 애국자. 슈퍼우먼이 있는데 이런 말은 다둥이맘이고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듣는 말일뿐 저한테 꼭 맞는 말은 아니겠죠. 저희 아버지는 제가 변호사가 된 뒤에도 늘 ‘천진무구’하다고 하셨는데 이 질문 덕분에 좀 생각해 보니까 본래의 저는 ‘천진무구’가 맞는 거 같아요. 그런데 신입 변호사 때의 저 역시 우당탕탕 또는 좌충우돌 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의 저는 ‘접시 돌리는(또는 저글링 하는)’ 신주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다둥이들의 워킹맘으로 살기가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Q. ​법조인으로서 변호사님의 신념은? 


늘 가능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법조인으로서 일할 때 법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여하기를 바라고 다짐하며 노력합니다.

 

 

Q. ​10년 전의 나를 돌아보면 어떤 모습이신가요? 어렸던 자신을 돌아보고 그 연차의 여변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10년 전이면 12년차 변호사인데요. 그닥 어리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죠. 하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사실 어렸던 것 맞습니다. 그리고 어렸기 때문에 잘 모르고 잘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어렸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10년 전이면 저의 아이들이 모두 만 10세 이하였을 때인데요.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보다도 더 할 일이 많았는데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제가 본업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었어요. 아마 지금 10년차 전후의 여성 변호사님들도 대부분 육아와 가사를 어떤 식으로든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고 계실 거예요. 그런데 지금 저는 10년 전의 저보다 더 많이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있는데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도 더 많이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저희가 아이들 어릴 때 사진과 동영상을 아주 많이 찍었더라고요. 최근에 아이들과 같이 한참 보면서 즐겼는데, 신기한 건 이런 일이 있었나 할 만큼 기억이 안 나는 장면들도 제법 있더군요.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순간이 참 빛나는 시절이었다는 겁니다. 우리 모두 지금 이 순간 빛나는 시기를 지내고 있어요. 그건 지나 봐야 보이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최대한 더 많이 시간을 보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추천 및 소개하고 싶은 책, 영화, 공연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여변회 뉴스레터임을 감안해서 소개하자면 고전으로는 <자유로부터의 도피>(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책들을 다 좋아하는데 우리가 막연히 아는 덕목들의 가치에 대해 독자들을 설득하는데 탁월한 것 같아요. 현대문학으로는 <책 읽어 주는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를 추천하고 싶어요. 슐링크 역시 법조인인데 자서전적 소설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죠. 케이트 윈슬렛 주연으로요. 그런데 이건 책으로 읽는 편이 훨씬 깊게 느낄 수 있고 다각도로 생각하는 재미를 주기 때문에 책으로 추천 드립니다. 영화는 멧 데이먼 주연의 <다운사이징>을 추천 드립니다. 살짝 공상과학영화인데 현실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멧 데이먼이 하버드 대학 영문과를 다녔던 수재라던데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좋은 것 같아요. 

 

 

Q. 발간하신 책 중 '법정의 고수'가 얼마 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지면서 굉장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원작과 드라마 에피소드의 차이점 중 소개해주실만한 재미있는 내용이 있을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7,8화 소덕동 이야기가 <법정의 고수>의 일부인데요. 법정의 고수 중 ‘높고 단단한 벽, 그리고 계란들’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였어요. 원작과 드라마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데 원작은 패소했다는 거죠. 원래 사건은 현천동을 가로지르게 된 제2자유로 도로구역 결정취소사건이었고 2008년이니까 무려 15년 전 사건인데요. 7, 8화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서는 이준호의 ‘섭섭한데요’와 태수미의 ‘날 원망했니’명 대사가 나왔던 하이라이트 편이어서 저도 7, 8화 다 보고나서 제 사건은 기억이 잘 안 나던데, 사실 원작에서는 패소하기는 했지만 끝까지 승패를 알 수 없었고 기일이 진행되면서 승소가능성이 높아져서 현장검증도 하고 효력정지까지 받았던 사건이었어요. 변론 자체가 흥미진진했던 거죠. 드라마에서 태수미와 우영우가 한판 승을 벌이는 변론도 1심 때 선고기일 취소되고 변론재개된 기일에 있었던 실제 공방이었고요. 거기서 원고 승 분위기였는데 선고는 반대로 나왔던 아픈 사건이었어요. 그래서 항소했고 그때 유현준 교수님(엄청 젊으셨을 때임)이 증인으로 나와서 제2자유로의 침익성에 대해 신박한 증언을 해 주셨고요. 도로를 지중화하는 대안이 있다는 제안도 그때 했죠. 그리고 항소도 패소했는데 그때 주민 대표가 저에게 상고포기한다고 하면서 하신 말씀이 저를 울컥하게 했어요. 졌지만 자기들 소송하면서 위로받을 거 다 받았다. 너무 신이 났었다. 잘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사실 그때 느낀 감정이 <법정의 고수>를 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에피소드를 문지원 작가님이 읽고 또 마음이 움직였고 드라마로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그 주민대표의 마음이 지금 우영우 드라마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니 그 부분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생각되어요.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소덕동 팽나무가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구석기 시대 돌도끼 8천점이 나오거든요. 이 자리에서 길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부분도 매우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Q. 법정의 고수 이외에도 여러 권의 책을 발간하셨는데, 꾸준히 출간하시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책 소개도 감사합니다.


처음 <법정의 고수>를 출간하자마자 어린이 출판사에서 네 자녀를 키우시니 법동화도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이 왔어요. 그래서 <세빈아, 오늘은 어떤 법을 만났니?>(토토북,2011)을 썼는데 이 책 일부가 초등학교 4학년 국어책에 실리면서 저학년 논술 필독서가 되었어요. 그 이후로 청소년을 위한 헌법 책도 써 보는게 어떠냐, 애들이 전래동화를 좋아하는데.. 등등 제안이 와서 <헌법수업(말랑하고 정의로운 영혼을 위한)>(2017. 푸른들녘), <옛이야기로 만나는 법 이야기>(2019. 꿈꾸는 초승달),<질문하는 법사전>(2019. 풀빛),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 이야기>(2021. 다락원)를 쓰게 되었습니다. 출간하는 원동력은 책은 사실 저한테는 어렸을 때부터 길을 찾는 가장 좋은 길이 되어 주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이 저한테는 평생 매우 고마운 존재죠. 그래서인지 출판사에서 어떤 기획을 가져오더라도 별로 부담이 없는 거 같아요. 준비서면에 비하면 책 원고 쓰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죠. 차기 작으로 <법정의 고수 2>와 <사이버 세상의 법 이야기(가제)>가 출간될 예정이에요.

 

 

      

 

Q. 일과 육아로 지쳐있는 여성변호사님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과 육아로 지치는 건 당연합니다. 일과 육아의 밸런스라는 건 워라벨이 아닙니다. 워라벨은 일과 삶 또는 휴식의 밸런스지만 일와 육아는 일과 일의 밸런스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육아는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면서 일에 지친 엄마의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밀어부치기 보다는 아이도 엄마를 키운다고 생각하면서 육아가 일이 되기 보다는 삶과 휴식이 되도록 여유를 가지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저도 그 생각을 하면서 좀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Q. 최근에 여성변호사회에 가입하게 되셨는데요, 혹시 가입 계기가 있으실까요? 여성변호사회의 가입을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제가 운동을 너무 싫어하는데 어떻게든 운동을 하긴 해야할 것 같아서 종목을 찾다가 재즈댄스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주변에 마땅한 학원을 못찾던 중 여성변호사회에서 만든 재즈댄스 동아리를 친구 고미진 변호사의 소개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들어가고 보니 무려 전미례 선생님이라는 우리나라 재즈댄스 1호 교수님을 모시고 김학자 회장님과 이재숙 부회장님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계셨어요. 그리고 그 길로 여성변호사회까지 가입하게 되었는데 일주일 한 번이지만 교수님이나 같이 참여하시는 변호사님들 에너지 너무 좋아서 힐링 많이 받고 오는 시간이 되었습니다(한달에 거의 한번 꼴로 뒷풀이를 하는 것 같음). 우리가 다양한 배경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여성이고 변호사라는 점만으로 생긴 교집합은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거든죠. 그만큼 여성변호사들끼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요. 나이가 들수록 저희들의 조건은 점점 더 고유해지고 있고 경험의 폭도 자칫 좁아질 수있습니다. 동료들과 시간을 함께 할수록 더 많이 위로받고 성장할 기회는 더 많아집니다. 얼른 가입하시죠!

 

(좌)에너지 넘치는 교수님과 파이팅!

(우)우리끼리 소소한 공연준비

 


Q. ​마지막으로 여변회에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아이들을 많이 키우다 보니 아롱이다롱이라고 정말 같은 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다 개성이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계속 저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는 아이는 자기 감정에 매우 충실한 아이입니다. 그 아이는 친구들한테도 굉장히 솔직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다 할까 싶은데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1도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그만큼 친구들과 깊은 유대를 잘 맺고 행복지수도 높은 것 같아요. 여변회가 유래없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흐뭇한데요. 김학자 회장님께서 거의 친정 이모나 언니와 같은 친화력으로 판을 잘 깔아 주고 계신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점점 다양한 연령층의 여변들이 참여하고 있고 여변회가 주최하는 행사나 유익한 교육프로그램도 많아진 걸 보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여변들 모두 오픈마인드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행복지수를 높여가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 신주영 변호사 ■

 

연수원 30기

법무법인 대화 소속 변호사

서울법대 88학번

부산에서 나고 자람

법무법인 태평양 양민웅 미국변호사와 결혼하여 슬하에 네 자녀를 둠

어렸을 때 꿈은 작가였는데 변호사가 되었음

한동안 잊고 있었다가 변호사 10년 차에 변론 경험을 소재로 <법정의 고수>를 쓰면서 작가로 데뷔함

그 외 <세빈아, 오늘은 어떤 법을 만났니?> <헌법수업>등 저술

 

 

 

담당 김선하 변호사 Ⓒ (사)한국여성변호사회 뉴스레터발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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