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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균형을 아는 법조인이 되고 싶어요"

 

오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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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변호사님께서 법조인이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생 때 조지 포스터 주연의 피고인이라는 영화(한 여성이 클럽에 갔다 윤간을 당했는데 남성들의 입맞추기, 검찰의 성적 편견 등으로 인해 남성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등의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보고 변호사가 되어서 억울한 여성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능 점수가 잘 나와서 법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Q. 변호사님의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담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성들이 당사자인 사건을 많이 했어요. 제가 딸 셋 중에 막내고, 여중여고를 나왔고, 어릴 적 경험으로 인해서 여성들과 소통하는 것이 편하고 잘 맞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형사사건도 여성 피고인 사건, 성폭력 사건도 피해자 대리 등을 많이 했고 소통이 잘 되고 마음도 잘 맞아서인지 어려운 사건들도 잘 해결이 된 경우가 많아요. 특정한 사건이라기보다 여성들이 당사자가 되는 사례들의 특수성 같은 게 생각이 나는데요, 여성들끼리 다툼이 되는 사건들은 유형이 정해져 있는 거 같아요. 이혼 이후 경제적으로 취약해진 여성이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다른 여성의 집에 들어가서 살게 되는 경우들이 적지 않은데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금전관계가 얽히고 결국은 좀 무서울 정도의 폭력 사건으로 비화되는 일들이 적지 않고요, 또 여성들의 절도 사건은 경제적으로 별로 어렵지 않은데 심리적인 문제로 절도를 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고 그 경우 정말 반성을 많이 하고 피해자 앞에서 얼굴도 못 들고, 저한테도 계속 반성문을 써서 주시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진짜 반성이란 저렇게 하는 거구나 느끼기도 했구요. 그리고 정말 마음이 아픈 사건은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했는데 검찰이나 법원에서 너무 쉽게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남성중심적으로 판단되어서 정말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들이죠. 그럴 때면 제가 대리인인 게 괴로울 정도였어요.

 

 

Q. 변호사님의 전문분야 혹은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그 전에는 세월호 특조위 피해지원점검과장, 개업변호사, 판사 등으로 일했었습니다. 제가 주로 맡아온 사건분야는 형사사건이고, 관심분야는 약자들의 안전입니다. 판사일 때도 성폭력피해자의 증인보호방안 등 성폭력사건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재판절차 연구에 관여했고, 변호사 개업 이후에도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무료법률지원 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서 범죄피의자나 피고인을 대리할 때도 당해 사건의 피해자가 증인신문과정에서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지요. 그리고 주로 여성들이 피고인인 사건도 많이 했구요.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재난과 사고로부터의 안전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 평범한 시민들이 참사나 재난을 겪은 후 어떤 일을 겪는지 제 눈으로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우리의 재난이나 사고대응은 수요자 관점이 아닌 공급자 관점에서 “피해자들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뤄져 왔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더 고통을 겪습니다. 피해자가 민사든 형사든 입증책임 대부분을 부담하고 참사의 경우 국가가 그 입증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들을 두지만, 그것들이 실현되려면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들과 공감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나 사법부 관계자들이 과연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 결과 너무나 평범했던 사람들이 참사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2차, 3차 피해를 겪는 일들이 많습니다. 피해자의 인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피의자 등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하고 법조후배님들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네요.

 

 

Q. 10년 전의 나를 돌아보면 어떤 모습이신가요? 어렸던 자신을 돌아보고 그 연차의 여변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금 42살이니까 10년 전이면 32살이고 판사 5년차였네요. 왠지 꿈같은 나이네요(웃음) 그 땐 아이들이 어릴 때라 일가정 양립이 늘 고민이었던 거 같아요. 배석판사였기 때문에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일은 많고 아이들과 집안일 챙길 것도 많고 늘 허덕이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행복감을 느끼기보다 힘들다는 느낌이 컸고, 일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맞는지 회의가 들더라구요.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찾아온 거죠. 나는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생각하는데 잘 안 되고 자꾸 화내고 혼내게 되더라구요. 엄마라는 역할을 통해 제 자신을 정말 많이 되돌아 보았던 거 같아요. 나는 왜 이런 순간에 이렇게 행동할까, 왜 차분한 대화와 설득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참다가 분노를 터뜨릴까, 왜 나는 내 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할까, 분명 남들은 다 행복할 거 같다고 하는데 왜 나는 별로 안 행복할까 등등, 평생 돌보지 않았던 제 자신에 대해, 마음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런 성찰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고 주말마다 서점에 가서 심리학 등등의 책을 보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런 얘기들을 터놓고 하는 것 등등이 성찰에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때보다 조금은 더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고, 행복해 진 거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성찰도, 고민도 진행 중이지만요.

 

 

Q. 개인적으로 혹은 법조인으로서 추구하는 목표와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 그러니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되어서 그런 것들을 많이 찾아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을 거 같아요. 어렸을 때는 세상의 기대를 충족시키면, 뭔가가 되면 그걸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성취와 행복은 일부 겹치지만 고유한 영역을 따로 가지고 있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도와줄 수 있을 정도의 성취를 하고 그 성취가 제 개인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제 자신의 욕심을 조절하고, 제 개인의 행복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조화되도록 사는 것, 그 정도 목표로 살고 있습니다.

 

법조인으로서는 형식적,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실질적 균형을 아는 법조인이 되고 싶어요. 여전히 우리는 공부를 잘 해서 책으로 법을 배우고 법조인이 되는데 실제 우리가 법조인으로서 맞이하는 현실은 사람과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황이거든요. 사람과 상황, 힘의 관계 등을 알지 못하면 정말 기계적인 법적용을 하게 되지요. 그것을 당하는 사람은 고통스러워지구요. 법조인은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권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권력자이거든요. 그런데 법조인들이 스스로의 태생적 한계는 생각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책에는 진리가 있고 문구는 중립적이라 여기면서 사람들의 목소리나 삶은 편향되고 의심스럽다 여기거나, 또는 공무원이나 법조인, 의료인 등 전문가는 다 알고 중립적인데 평범한 사람들은 뭘 모르고 자기 얘기만 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법조인으로서의 갖춰야 할 균형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사람들의 삶에서의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제정되는 것이고 법조인은 사람들의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게 진짜 중립이고 진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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