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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사랑할수 있는 한 사랑하라~"

 

진형혜 변호사 - 제10대 (사)한국여성변호사회 사무총장

 

 

Q. 한 단어로 자기소개를 해주신다면? 그리고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A. 저는저를“행복한 빚쟁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제가 살면서 이룬 것,가진 것들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 이룬 지식과 성과, 그 결과물들과 에너지를 나눠받은 덕분이거든요. 1999년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계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정확히20년이 되었어요. 20년이 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를 믿고 사건을 맡겨주신 의뢰인분들,저를 이끌어주신 선배변호사분들,함께 해 온 동기 변호사들, 그리고법원과 외부 기관 등에서 저에게 기회를 주신 수많은 경험과 함께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제일 중요한 분은제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저의 세 아이들을 돌봐주시면서지금까지 온몸을 바쳐 저를 도와주시는 친정 어머니이시지요. 정말이지 제 주변의 수많은 분들의 도움과 희생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올수 있었고 그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 자신을 ‘행복한 빚쟁이’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Q. 법조인이 되신 계기는무엇인가요?


A. 저는 사실 법대를 졸업하지도, 법조인을 꿈꾸지도 않았어요.저의 꿈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어요.그래서 사범대를 진학했습니다. 그런데제가 대학에 들어간 후 갑자기임용고시가 생겼고 당시 저의 전공인 독일어 교사는 아예 뽑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지요.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사범대에 진학한 터라 너무나 절망스럽고 막막하던 터에 마음을 다잡고 독일어라는 외국어 전공을 살려 외무고시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2년여 간 외무고시를 준비하던 중 외무고시 선발 인원을 줄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또한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이 되더라도 해외 각국을 돌아다니며 근무하여야 할텐데 그 경우 남편도 외교관이 아닌 한 가정과 직업을 양립하기 어렵겠다는 고민이 있었지요. 결국 외무고시에서 사법시험으로 방향을 전환하였습니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제가 사법시험을 처음 준비할 당시 제 나이는 이미 26살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당시 제 주변의 친구들은 이미 취업해서 승진을 앞두고 있거나 대학원까지 졸업한상태였지요. 그러한 친구들의 승승장구에 비해 제 인생은 자꾸 무언가에 의해 가로막히고 여전히 기약없는제자리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참 힘들었어요.그러한 20대를 보내며 당시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해 참 힘들었고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많이 낮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오히려 당시 세운 목표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되었지만 당초에 세운 목표가 아닌 또 다른 멋진 Plan B가 나에게 오는 과정이었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법조인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매진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런 저런 힘든 역정과 실패를 경험하며 돌아 돌아 법조인이 되고 보니, 힘든 상황과 사람들에 대한 공감능력과 함께힘든 일과 시기를 참고 버티는 힘 또한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었음을제 경험담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네요.

 

 

Q. 변호사님의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A. 2001. 9. 11.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그 날은미국에서 911 테러가난 날로그날 이후 세계 질서가 바뀌어진 날이기도 하지만 제개인적으로는 저의 아버지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날이기도 합니다. 2001. 9. 당시 저는 사법연수원 2년차였는데,오전 수업이끝나고 전화기를 켰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메시지를 본순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911 테러가 일어났어요.


아버지 돌아가신 것과 관련해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네요.  제가 사법연수원을다닐 당시 저는 이런저런 공제액을 제하면 약 4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어요. 사법연수원에 입소하기 전 저는 정식으로 급여라는 것을 받게되면 가장먼저 부모님께 정기적으로 용돈을 드리겠다는 결심을 하였는데,막상 4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을 손에 쥐고 나니 고민이 되더라구요. 2년 후 연수원을 수료하면 그땐 지금보다는 몇배 많은 소득이 생길텐데 그때부터 용돈을 드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고민 끝에 그래도 처음 마음 먹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라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로 하였고 부모님 한분당10만 원씩의 용돈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연수원을 수료하기 직전마지막 학기에 62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셨던 아버지께서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당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오셨던 아버지 친구분께서 제 손을 잡으시고 “니가네 아버지에게 매월 새 돈으로 용돈을 주었다는 그 딸이로구나. 네 아버지가 얼마나 행복해 하며 우리에게 딸에게 받은 용돈 자랑을 했는지 너는 모를거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그때 제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을 2년 후로 미루었다면 그 일은 아마 제 평생의회한으로 남았겠지요.


911 테러가 나던 그해 여름 저는 사법연수원의 학회원들과 함께 미국연수를 갔습니다. 연수일정 막바지에 UN을 방문했는데,연수 막바지인데다가 연수 일정 내내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영어에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노라니 다들 너무나 피곤하고 힘들었지요.그렇게 UN 방문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저희  일행 앞에는뉴욕 트레이드 센터(뉴욕 쌍둥이 빌딩)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뉴욕 트레이드 센터를 올라가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일부는 지금 올라가보자, 일부는 너무 힘드니 그냥 숙소에서 쉬자 라는 의견으로 나뉘었지요. 그런데 그때 쉬자는 의견을 내었던 한 동료가“아니 왜 이렇게 열심히 해야 해? 지금 아니면 이게 무너지기라도 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원하는 사람만 가자는, 너무나 싱겁고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3개월이 지나지 않아 911테러가 일어났고 뉴욕 트레이드 센터는 한채도 아닌 두채 모두 지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두가지 사건은제게“할지말지를 고민할 때, 그리고 그 때가 언제인지 고민할 때 왜 지금 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준 사건입니다.

 

 

Q.여변회원들에게만 알려주는 꿀팁 한가지~


A. 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하지만 일 하나만 제대로 해 내기도 쉽지 않은 데 거기다 일만큼, 때로는 일보다 더 중요한 가정에서 엄마 역할까지 잘 해내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일과 가정에 한가지를 더 추가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바로 ‘ 나 자신’ 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변호사들이 일과 가정 모두에서 너무나 성실하고 헌신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우리 자신에 대한 투자는 잘 못하지요. 돈이든,시간이든.


그런데 사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우주도 없어요.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인데 정작 가장 중요한 나에 대한 투자 여력은 없죠.저는 우리 여변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시간과 에너지를 꼭 남겨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그렇게 해야 우리여변이 지치지 않고 행복한 변호사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롱런할 수 있어요.

 

 

Q. 변호사님이 하시는 자신에 대한 투자를 조금만 소개해주신다면~


저는 변호사로서 제 사무실을 운영하고 세 아이들의 좋은 엄마로서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편으로는저를 위한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쓰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와인 한 잔 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어려운 사건과 진상 의뢰인들에게 치이고,까탈스러운 재판장에게 깨진 최악의 날이라 하더라도 그날의 저의 힘듦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또는 부엌 식탁에 앉아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며 기울이는 한잔의 와인은 저에게 더할나위 없는 힐링이 됩니다. 와인은 특히그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마셨을 때 훨씬 더 행복한 음료에요.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혼자서 마시면 그게 무슨 맛이에요. 와인은 혼술보다는 떼술입니다~ ^^
그 외에 저는한달에 한두번 정도 음악회나 미술 전시회, 영화 등을 보면서 한달동안 고생한 저를 스스로 위로하고 치하합니다. 그렇게저를 위한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쓰고 나면 연이은빡센 근무도, 고1, 중1, 초4를 차례로 학교보내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종종거렸던 시간도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저를무리하게 희생했다거나 나 혼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지요. 저는 우리여성 변호사들이 일과 가정 뿐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시간과 에너지, 돈의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Q. 변호사님 인생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A. 제 인생의 좌우명은 두 가지에요. 그 중 첫번째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그리고 두번째로는“사람의 노력과 시간의 힘이 합쳐졌을 때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 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지혜의 왕이라 일컬어지는 솔로몬이 자기 아버지인 다윗왕에게 한 말이라고 해요. 이 말은 힘든 경우에서뿐 아니라 정말 잘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모두 적용되지요. 어떤 말이 반대되는 양가적 상황에 모두 적용되기란 쉽지 않죠.정말 잘나가는 상황에서도,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은 때로는 교훈을, 때로는 위안을 줍니다. 저는 힘든 상황에서 저를 찾아오신 의뢰인분들과 대화할 때면 꼭 진심을 다해 이 말을 해 드립니다. 


저의 두번째 좌우명인“사람의 노력과 시간의 힘이 합쳐졌을 때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는 말은 제가 만든 말입니다. 우리변호사들은 모두 뭔가에 쫓겨 살지요. 재판 결과에, 항상 빠듯한 사무실 운영비와 생활비에, 부족한 시간에 조급해 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바로 시간의 힘이 필요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려놓는 것이지요.반대로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저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내버려 둔다면,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바로 인간의 노력이 없기 때문이지요. 변호사를 하면서 깨달은 교훈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또는 시간의 힘 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이고 그 경우 두 가지 모두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노력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지금까지의 제 경험을 볼 때 사람의 노력과 시간의 힘이 합쳐졌을 때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었어요.

 

 

Q.마지막으로 여성변호사회에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제가 변호사가 될 당시만 해도 여성변호사 수 자체가 적었어요.그때도 여성변호사회 라는 조직이 있기는 했지만 그냥 몇몇 친분있는 여성변호사들 간의 친목단체 수준의 모임이었지요. 하지만 7~8년전부터 여성변호사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 과정에서 능력있는선배 변호사들이 끌고,많은 후배 여성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여성 변호사회가 질적, 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변호사들은 변호사 사회에서 소수이고 파트너급으로 올라가면 여성변호사들의 숫자는 매우 적어집니다.


올해로 사법시험을 합격한지 20년으로 어느덧 중견 변호사가 된 제가 여성변호사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믿을 곳 없고 기댈 곳 없는 우리 후배 여성변호사들에게 여성변호사회가 든든히 기댈 수 있는 친정 엄마,때로는 함께 싸우고 때로는 서로를 다독여줄 수 있는 친정 언니와 같은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여성변호사회가 우리사회의 약자들인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다면 앞으로는 그와 더불어 힘들게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고 꾸려가는 우리 모든 여성변호사들이 기댈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친정과 같은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올 한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힘껏 노력해 볼 생각이에요. 함께 해온 여성변호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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