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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2020.10. 5.) 법무부가 발표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기본업무-기본보수제 시행을 반대하는 변호사들의 서명이 2021. 10. 16.자 기준 자 115명에 달하고 있다.

 

이런 변호사들의 목소리는 비단 이번 법무부 개정안에 담긴 보수문제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를 시행한지 10년을 앞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이제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 제도 운영을 담당한 법무부 태도가 매우 중요할 것인데 이번 개정이 그에 부합하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번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의 반발을 일으킨 2021. 10. 5.자 법무부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 변경 이유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 비전담변호사에게 편중되어 있으며, 비전담변호사의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수행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인데 그 원인은 업무의 선택적 수행이 가능한 보수지급 방식과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제도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전담피해자국선변호를 함에 있어 ①대면상담, ②의견서제출, ③피해자조사참여 등의 기본업무를 강제하고, 기본업무를 마친 경우에만 일률적으로 기본보수를 지급하도록 하였다. 또한 휴일․야간업무를 하는 경우 50% 가산하는 조항도 폐지한다 등』의 내용이다.

 

이상의 법무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법무부의 탁상행정은 피해자 국선변호사 업무실태뿐만 아니라 성폭력, 아동학대 등 피해자가 처한 현실 자체를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기 위한 그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해자 국선변호를 함에 있어 대면상담 등의 기본업무를 강제하는 발상은 변호사업무에 대한 몰이해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점이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가진 법률전문가로서 피해자가 적절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변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면업무를 강제하는 이번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① 피해자들의 사정에 따라 예를 들면 학교나 직장을 다녀야 한다거나 혹은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즉, 피해자 개인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성정 등에 따라 대면상담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바 이 경우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상담을 강요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전화,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각종 SNS 등 비대면으로 피해자와 소통하며 각종 법률상담을 진행한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 이후 전세계적으로 비대면 회의나 소통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법률상담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대면하지 않는 법률상담은 법률상담이 아니고 피해자 지원이 아닌 것인가. 법무부는 비대면으로 수십시간 상담을 하더라도 기본보수는 지급조차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는 피해자 지원 업무 자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개악일 뿐만 아니라 법률조력 자체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②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대다수의 사건에서 피해자 조사를 모두 완료된 후 형식적으로 변호사를 선정해왔다는 점이다.

 

조사를 이미 마친 피해자는 피해 내용에 대하여 반복해서 말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피해자 개인이 처해있는 상황 등에 따라 조사 이후 별도의 대면상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 대면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찰조사 후 일방적으로 국선변호사를 선정하는 경우, 비전담변호사는 대면상담을 원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피해자와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비전담변호사는 피해자와 최소한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거나 조사참여를 통한 사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사건 진행과정에서 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 SNS, 이메일 등으로 소통을 하며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즉, 비전담변호사가 대면상담, 피해자 조사 참여를 기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 조사 후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선정해 온 수사기관의 관행이 비전담변호사의 업무수행에서의 어려움이자 고질적인 문제에 있다.

 

둘째, 개정기준에 따르면 야간, 주말 지원시 증액 규정도 삭제되었고, 공판단계에서의 대면상담에는 어떠한 보수도 지급되지 않는다.

 

야간, 주말 지원시 증액규정 삭제는 근로기준법 제57조에도 반하는 비상식적인 일이다. 피해자들은 학업과 직업 등의 사유로 야간, 휴일에 조사를 받거나 상담받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이번 개정안에 야간, 휴일 지원시에 증액규정이 삭제되었다. 또한 공판단계에서는 피해자 증인신문절차 준비 등 피해자와의 상담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보수책정은 되어 있지도 않다. 공판과정에는 참여하지 말라는 이야기인지가. 이처럼 실질적인 보수 감액임에도 법무부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마치 비전담변호사를 위한 제도인 양 호도하고 있다.

 

셋째, 보다 중요한 것은 법무부가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피고인 국선변호인 제도와 완전히 다른 제도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고인 국선변호인은 기소 후에 선정하고 예외적으로 구속된 피의자에게 한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도 심급별로 나뉘기 때문에 실제 업무수행 기간이 길지 않다. 그러나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사건이 신고되면 별다른 요건 없이 선정되고 있으며, 심급지원이 아니라 사건이 끝날 때까지 업무가 지속된다. 피해자 지원이라는 제도의 취지상 같은 변호사가 끝까지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수사기간만 보통 6개월~1년이고 공판까지 더하면 2~3년은 훌쩍 지나간다. 그 기간 동안의 서류로 증명할 수 없고 보수지급 항목에도 없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수고와 노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법무부가 2021. 10. 5.자로 발표한 기본업무인 수사절차 참여, 공판절차 참여, 의견서 작성은 어떻게 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 업무 중 수월한 부분일 수 있다. 정작 피해자 국선변호사 업무 중 가장 힘든 부분은 보수기준표에 없다. 피해자 본인은 물론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들의 연락, 경찰, 검찰, 법원에서의 각종 요청, 각종 피해자 지원기관의 요청, 피의자, 피고인 변호인으로부터의 연락, 심지어 피해자 요청이 있는 경우 피의자나 피고인, 그 가족도 직접 상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원은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법률지원 기관이지만 피해자의 특성과 고통을 알기 때문에 차마 냉정하게 외면하지 못하고, 어떠한 대가도 받지 못한 채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이에 대한 보수는 “0원”이다.

 

물론 개정 전 보수기준에 따르면 기본보수 2만원(원천징수 후 18,240원 지급)이 있었다.

 

넷째,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피해자국선비전담변호사의 목소리를 들어봤는지, 실무를 알기 위한, 업무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이 피해자국선변호사의 실태조사를 하고(제22조), 자료제출 요청을 하고(제23조), 불성실한 국선변호사에 관한 통보(제24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체계적으로 피해자국선제도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번이라도 한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피해자국선변호사들은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피해자국선변호사들의 현장목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끝으로, 법무부에 이 같은 현장의 어려움과 실태를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번 법무부 발표에서 비전담변호사 지원 1건당 평균 최저시급(8,720원)을 기준으로 2.4일분에 해당하는 16만 7천원의 보수를 지급해왔다는 보도자료는 차마 부끄러워 배포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비전담변호사들은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들을 연락하고, 경찰, 검찰 및 법원에서의 각종 요청, 피해자지원기관의 요청, 피고인과 그 변호인과의 연락, 공판기록 열람 및 복사 등을 하고 있고, 합의 과정 지원 및 합의금 대리 수령 등 이런 지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다. 어떠한 대가도 없이 이 모든 것을 수행하는 데도 1건당 비전담변호사들의 보수가 16만 7천원인거다. 이는 비전담변호사의 불성실한 업무수행 때문이 아니라, 비전담변호사의 모든 수고와 노력을 18,240원에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이런 노력과 지원은 애초에 고려 대상도 아니다. 대가는 0원이고, 공짜 변호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피해자 지원을 오직 정량적으로만 하겠다는 것으로 피해자와 변호사 모두의 현실을 외면하고, 피해자 지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2012년도에 미성년자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13년도에는 모든 성폭력 피해자, 2014년도에는 모든 아동학대 피해자, 2021년도에는 모든 장애인학대 피해자에게로 확대되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지난 10년간 여성, 아동의 권리신장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와 달리 늘어난 비용 때문에 애꿎은 비전담변호사에게 그 화살을 돌리고 있다. 법무부의 이번 보수개정은 피해자 변호사들에게 더 이상 법률조력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 법무부는 실적용이나 생색내기가 아닌 진정으로 피해자를 위한 제도를 구상하기 바라며, 더 이상 변호사들의 일방적인 희생과 공짜 지원만 바라지 말고, 현실에 맞는 지침을 마련하길 바란다.

 

변호사들의 처우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법무부의 태도는 결국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문제만 있으면 간단하게 변호사비 삭감으로 해결하려는 얄팍한 수는 오히려 피해자 조력에서 크게 후퇴하는 일이다. 앞으로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피해자국선변호사 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실질적인 개선안이 마련될 때까지 여러 절차에 참여하고 뜻을 함께 이루어나갈 것이다.

 

법무부는 과연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진정으로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공부를 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바란다. 그리고 실제 현장 속에서 발로 뛰고 있는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를 바란다.

 

 

 

 

 

 

2021. 10. 16.

 

(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  장   윤 석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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