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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사이다” 변호사

 

정경수 변호사

 

 

 

정경수 변호사.jpg

 

 

 

 

Q. 한 단어로 자기소개를 해주시고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사이다’

 

몇 년전, 증거신청을 유독 잘 안받아주고, 법정에서 변호사들에게 고압적이고 면박을 잘 주는 고등법원 판사가 있었는데, 제가 재판도중 전혀 굴하지 않고, 그 판사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변호사님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법정에서, 조정실에서 당사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이다’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변호사로서 대단한 칭찬인 것 같다.

 

Q. 변호사님께서 법조인이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 조영래변호사와 박원순변호사(현 서울시장)의 인권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언론을 통해서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커서 저분들과 같은 변호사가 된다면...?’이라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 뒤로 자연스럽게 변호사의 꿈을 갖게 되었고, 법대진학을 목표로 공부해서, 1991년 3월 한양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졸업 후 1997년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이듬해 2차에 불합격했다. 사법시험 공부를 하던 중 친하게 지내던 과선배와 1999년 결혼을 하고, 그 이후 계속 공부했지만 연속 불합격했다. 2002. 1. 아들을 출산한 후, 다시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아이가 어려서 누구에게 맡기지 못하고, 포대기에 업고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아이가 4살 되던 겨울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 후, 남편이 먼저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었던 대전에 내려가서 2008. 2.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했고, 지금까지 12년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 사이 대전시와 충청남도 행정심판위원,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 대전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 다누리콜센터 자문위원, 기아대책본부 이주여성쉼터 운영위원, 대전여민회 감사, 대전광역시 다문화가정지원협의회 위원,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출강 등으로 바쁘게 활동해왔다.

 

Q. 변호사님의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담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경으로 기억한다. 대전가정법원 소년사건 국선보조인을 하고 있던 중, 17세 소녀의 사건을 맡았다. 자기 보다 어린 여중생들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뺏고, 가혹행위를 한 여학생이었다. 사건기록에 적시된 범죄사실만 보면 정말 죄질이 나빴다. 접견을 가서 그 소녀를 보고 깜짝 놀랬다. 너무 여려보이고 예쁜 소녀였다. 왜 그런 일들을 했는지, 가정환경과 장래 꿈 이야기 등등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그 소녀의 배가 유독 볼록해보였다. 조심스레 혹시 임신한 건 아니냐고 물었다. 한참을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 소녀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 임신 5개월은 되어 보였다. 당황스러웠다. 범죄사실과 여러 정황으로 보면, 그 소녀는 장기 소년원 송치처분이 예상되었다. 그 당시에는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이 나기도 전이었고, 국가기관인 소년원에서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으며, 임신을 이유로 보호자위탁처분을 바란다고 변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다.

 

그 소녀는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 고압적인 아버지와 사이가 너무 나빴고, 집에서 가출한 상태였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그 소녀의 아버지에게 연락했고, 딸의 임신소식에 노발대발하는 그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수차례 전화를 하고 만났다. 그 아버지에게 딸의 심정과 왜 그런 비행에 이르게 되었는지, 딸이 바라는 아버지의 모습,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 등을 수없이 전달하고 설득했다. 결국 그 아버지는 딸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자신만이 딸을 돕고, 사랑으로 감싸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아버지와 나는 재판하는 날 법정에서 재판장님께 함께 읍소했다. 그 소녀의 임신상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 소녀의 심정과 장래 꿈, 아버지의 마음과 각오, 국선보조인으로서 지켜봐 온 두 부녀의 관계변화, 진정한 소년법의 취지 등에 대해 한참을 변론하고, 소녀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달라고 재판장님께 간곡히 부탁했다. 다행히, 재판장님이 보호자위탁처분했고, 그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귀가했고, 며칠 후 임신중절수술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의 부탁대로, 비싼 영양제도 맞게 해주었다고 하면서, 그 아버지가 전화기 너머로 옅게 웃었다.

 

몇 달 뒤, 사무실로 갑자기 누가 찾아왔는데, 처음엔 몰라봤다. 책가방을 메고 앳된 얼굴을 한 그 소녀였다. 요새 검정고시학원에 다닌다면서, 변호사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단다. 아버지와도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 소녀에게 고마웠다.

 

Q. 변호사님의 전문분야 혹은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가요?

 

여성변호사여서인지 가사사건을 많이 하긴 했다. 그래서 대한변호사협회에는 가사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지만, 가사사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여성변호사여서 성범죄사건의 피고인 변론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성범죄 피해자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증인신문이나 합의과정 중 여성 피해자와의 대면에서 여성변호사의 역할에 기대를 갖는 것 같다.

 

변호사생활 초반에 우연한 계기로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의 자문변호사를 하게 되었고, 이주여성들을 위한 소송구조사건들을 많이 수행했다. 그러다보니,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외국에서 오신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을 위한 단순한 소송구조를 넘어서서 제도로서 다양한 형태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한 공감대형성과 지원제도 마련에 기여하고 싶다.

 

Q. 개인적으로 혹은 법조인으로서 추구하는 목표와 계획이 있으신가요?

 

12년째 변호사로서, 사회활동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에서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이 현실의 변화속도 보다 항상 느리다는 것을 느꼈고,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있어서 답답함과 한계를 많이 느꼈다. 우리 사회에서 법을 만드는 입법부, 즉, 정치가 가장 늦게 뒤쫓아오고 있다고 느꼈다. 율사로서, 사회활동가로서 그 동안 답답하게 느꼈던 정치분야에 뛰어들어서, 사회변화에 적시에 대응하는 입법활동을 통해, 국민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과 제도마련에 앞장서고 싶다. 그런 바램을 이루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대전 동구에서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Q. 추천 및 소개하고 싶은 책, 영화, 공연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올해 1월에 개봉한 레바논의 드라마영화 ‘가버나움’을 추천한다.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12살 시리아 난민 소년 ‘자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감독 ‘나딘 라바키’는 인터뷰에서 ‘나는 인간으로서 큰 변화를 겪었다.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죄의식이 떠나질 않았다. 영화를 본 여러분들도 그럴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 자격이 없는 것 같아지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마음이 변화를 만들어낸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나면, 한 인간으로서, 법조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어떤 마음자세로 살아야할지 먹먹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감독의 인터뷰 내용 또한 온전히 이해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여변회에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여성변호사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정작 여성변호사님들이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은 것 같다. 여성변호사님들의 경력과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될만한 프로그램과 사업들을 더 많이 개발해서, 참여도를 높이고, 서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여성변호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지방에 있는 여성변호사님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사업이 많았으면 좋겠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담당 최진원 변호사 Ⓒ (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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