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LA 6호 (2019.11) - 회원인터뷰] 'FORTUNA' 한국여성변호사회 '임선숙 변호사'

by (사)한국여성변호사회 posted Oct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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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변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FORTUNA’

 

임선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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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 단어로 자기소개를 해주시고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FORTUNA'. 법의 여신도 아니고, 지혜의 여신도 아닌 웬 행운의 여신이냐구요?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항상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변호사라는 직업은 대부분 자신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의뢰인과 함께 하는 것, 얽힌 실타래처럼 꼬인 사건의 가닥을 찾아나가는 것은 고단한 일이죠. 저는 변호사로서 저와 함께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행운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가뭄 끝의 단비처럼 고난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능력자이기를 바라는 의뢰인들에게는 행운의 여신이 되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도 담고 있습니다~^^.

 

Q. 변호사님께서 법조인이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완도 금일이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선친으로부터 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잊혀진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꼭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그 말씀이 법조인의 꿈을 꾸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Q. 변호사님의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담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일을 하려면 선의만 가지고는 부족하고, 장애와의 소통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사건입니다.

 

10여년 전 주점을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딸이 그 주점을 드나드는 동네의 손님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하면서 몇차례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번번히 무혐의처분이 되었고, 오히려 그 손님들과 이웃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게 되자 손님들의 집이나 가게의 유리창을 깨트려 오히려 폭행이나 손괴로 처벌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여기저기에 진정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만나 보니 피해자인 딸은 농아자였고, 억울함과 분노가 크게 느껴져 우선 변호사로서 말이라도 차분히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날을 잡아 수화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피해를 들어보고 억울함이 있으면 민변이나 변호사회등에 구조를 요청하여 도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였습니다.

약속한 날에 피해자와 수화통역사와 저는 질문- 수화통역사의 통역- 피해자의 말-수화통역사-저, 이런 방식으로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무지 걸렸지만 도무지 사건이 정리되지도 않았고, 제 말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또 피해자의 말이 저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약간 의심의 표정을 지으면 금새 피해자의 수화의 움직임은 더 커지고, 목소리도 커졌지만 표정만으로 뜻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문을 꽝 소리가 나게 닫아 저는 깜짝 놀라 이 자리가 불쾌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물을 한잔 가져다 주었는데 피해자는 물을 마시고 나서는 컵을 책상에 쾅 하고 내려려쳤습니다.
저는 이 분들을 위해 무료로 몇시간 째 들어주고 있는데, 저에게 이렇게 화를 낸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한편으로는 괘씸한 생각도 들어 수화통역사에게 피해자가 저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수화통역사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오히려 웃으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소리가 나는지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는 답변을 해주면서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있다고 해주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장애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선의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변호사님의 전문분야 혹은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한변호사협회에 행정사건 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고문변호사활동과 행정심판위원회, 인사위원회등 행정을 지원하는 활동을 오랜 기간 해오면서 행정분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10년 전의 나를 돌아보면 어떤 모습이신가요? 어렸던 자신을 돌아보고 그 연차의 여변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변호사로서의 자신감과 사회적 신뢰는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얻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하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해서 의뢰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관심분야를 정해서 꾸준히 그 분야의 일과 동향을 추적해가면 10년이 누구나 아는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것입니다.

 

Q. 개인적으로 혹은 법조인으로서 추구하는 목표와 계획이 있으신가요?

 

변호사를 시작할 때 55세가 지나면 생계를 위한 변호사가 아닌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것을 돌려주는 그런 변호사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는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여러 여건은 그러한 결심을 굳히기 어렵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꼭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공익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Q. 여변회원들에게만 알려주는 꿀팁을 알려주세요~!

 

저는 법정에서 이야기할 때 저는 목소리를 평상시 말할 때보다는 다소 목소리를 굵게 하고, 말을 천천히, 또박또박하게 하려고 합니다.

1차적으로 전달하려는 말의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형식의 측면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대체로 가늘어서 목소리가 작거나 간혹 말이 빨라지면 전달하려는 말의 무게감이 낮게 느껴지거나 전달력이 감소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변호사님의 인생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인생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타기”

인생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의 연결인 것 같아요. 그 사건 중에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건도 있고, 쓰라린 상처를 준 사건도 있겠지만 어느 것이든지 우리의 인생이라는 띠를 형성하고 있는 것들이죠.
오늘 즐겁고 행복하게 파도타기에 성공했더라도 내일의 파도는 폭풍우 속에서 힘들 수도 있고, 자칫 파도에 떠밀려 바닷물을 먹고 눈물콧물 흘리게 될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러는 동안에도 인생의 파도는 저 너머에서 쉼없이 새로 만들어져 내게로 밀려오고 있으니 인생이라는 해변에서 너무 자만하지도 너무 비관하지도 않으면서 오는 파도들을 즐겁게 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법조인으로서 변호사님의 신념은?

‘억강부약(抑强扶弱)’ 법은 강자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 억강부약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여변회에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여변행사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예전에 여변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광주에서 서울까지 간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여변의 행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솔직함과 감동이 느껴졌고, 공감속에서 힘을 받아가는 시간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여변회는 여성변호사들에게 늘 열려있는 소통의 창구로 여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모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담당 최진원 변호사 Ⓒ (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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