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 어떤 죽음은 역사의 한 획을 긋고... -Mahsa Amini(1999~2022)의 죽음에 부쳐-, 김서현 변호사

by (사)한국여성변호사회 posted Nov 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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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은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삶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외 없는 원칙은 얼마나 단호하고 간결한가? 예외가 없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기도 한 죽음을 공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죽음이 같은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죽음은 너무도 허망해서, 삶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종잇장처럼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러한 죽음이 끊임없이 우리의 귓전을 스쳐간다. 때로는 그렇게 허망한 죽음이 역사의 한 획을 긋기도 하니, 같은 듯 같지 않고, 공평한 듯 공평하지 않은 것이 ‘죽음’이기도 하다.⌟

 

이상 첫 단락을 쓰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한숨 돌리다 이태원참사 소식을 접했다. “삶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종잇장처럼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라는 문장이 손가락 끝을 맴돌았다. 그러다 수백, 수천 수십 만 장의 무게로 가슴을 짓누르다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더 이상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이제 약속한 원고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맘 잡고 자리에 앉았다. 위 첫 단락을 수정해야할지 한참 고민했다. 우리가 지금 접한 참사와 죽음은 당장 지독한 무게로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는데, '삶이 종잇장처럼 가볍다‘니...허망한 죽음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라 해도, 왠지 삶을 관조하는 자의 냉정한 거리가 느껴졌다.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삶이 공평하다.‘니... 너무도 어이없이 서둘러 생을 마감해야 했던 숱한 청춘들과 남아있는 자들이 온전히 감당해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니, 죄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문단은 살려두기로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나의 기본철학이기도 하므로.

 

 

파리에 도착한 다음날, 파리시청 앞에서 “FEMME, VIE, LIBERTE", "PARIS SOLIDAIRE DES FEMMES IRANIENNES"라는 구호를 외치며 Mahsa Amini(1999~2022)의 죽음을 추모하는 집회를 지켜보았다. 현재 전 세계인은 이란 여성들의 자유를 위해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느닷없이 찾아 온 22살의 죽음,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hijab)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보였다는 이유로 테헤란에서 도덕경찰에 체포되었고, 며칠 후 사망하였다. 그녀의 죽음이후 한 달 반이 지난 지금도 이란에서는 항의시위가 끊이지 않고, 전 세계여성들의 외침도 파도처럼 일어나고 출렁인다. 이슬람권 여성들에게 히잡이나 부르카 등은 역사적, 기후적, 문화적, 종교적인 다양한 맥락에서 복잡한 의미를 지닌다. 이슬람 경전, 코란에는 여자는 남자가 유혹당할 수 있는 여성의 아름다운 부위를 가리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조금은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는 코란의 위 문구가 여성의 얼굴이나 신체를 가리도록 강제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오늘날 이란 여성에게 강요되는 히잡 착용은 이러한 맥락에서 전 세계 여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여성들은 남자들의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 여성의 아름다운 부위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코란의 구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성은 욕망의 대상일 뿐,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는 선언으로 해석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인간은 신성과 동물성을 가진 존재이고, 남녀는 생물학적으로, 육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이다. 이런 차이를 동양에서는 “음(여), 양(남)”에 빗대어 표현한다. 서로 정 반대의 속성을 지닌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런 생물학적 차이가 바로 차별과 억압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녀유별은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기반, 생산능력에 따른 분업이라는 사회시스템과 권위주의적 문화의 결과였다. 잦은 전쟁과 거친 육체노동으로 사회공동체가 유지되었던 사회에서는 남자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의 노동은 종속적이었고, 생존을 위해 남자들의 보호가 필요했다. 경제적 독립이 안 되면, 정신적 독립은 있을 수 없다. 여성이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여성이 억압과 차별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와 같은 극단적 시스템 하에서는 여성의 생사여탈권을 남성이 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인격체가 아니라, 소유물이나 전리품처럼 취급받았다.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한쪽 성만으로 사회가 유지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신은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생존환경과 사회문화시스템 하에서 여성은 부차적 존재로 차별 받는 삶을 살아왔다. 사회를 지배하는 정신문화가 어떠한지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