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 초등학생들을 성매매한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결을 환영한다.

by (사)한국여성변호사회 posted May 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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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2024. 5. 1. 강릉 초등학생 두 명을 대상으로 성매매하거나 성매수를 권유한 혐의로 기소된 6명에게 각각 집행유예(성매수 권유에 그친 피고인) 또는 징역 1년부터 징역 4년형을 선고하고, 집행유예가 선고된 1인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을 법정 구속했다. 이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일회성 성매매를 한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형 중 가장 중한 형으로 보인다. 1심에서는 6명의 피고인들에게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었다.

 

이번 판결은 조직적으로 성매수를 알선하거나 수 회에 걸쳐 성매매를 하지 않고, 일회성으로 성매매를 한 경우에도, 그 대상이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는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는 판결이다.

 

법원은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노력해온 부분들을 언급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 등의 환경으로 인해 아동‧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강제력 없이 동의하에 성관계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감경요소로 반영할 수 없다는 기본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으며, 피해자의 부모와 합의를 하더라도 피해아동 본인에게 합의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와 합의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감경요소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설시한 판결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성매매처벌법 상 성매매의 양당사자를 모두 처벌하고 있으나, 미성년자에 대해서만큼은 미처 성장하지 않은 신체구조와 미성숙한 판단력을 가진 특별보호대상으로 보아 성매매의 ‘피해자’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 피고인들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와 달리 형법 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적용하여 더 중한 죄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2022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매매 피고인의 80%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다. 13세미만 의제강간죄의 법정형이 벌금형이 없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선고형이다. 국내외 모두 아동‧청소년을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하며 ‘성착취 근절’을 외치고 있는 현실과도 상당히 괴리가 있는 선고형이 아닐 수 없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형태의 성적 학대와 성착취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를 명시하고, 2020년 유엔총회가 추가로 선택의정서를 채택하여 ‘아동매매, 성매매를 통한 아동성착취, 아동성착취물로부터 아동보호’를 강화하면서, 2014년에는 아동이 직접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까지 마련했다. 나아가 국제사회는 2019년 유엔아동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아동 성매수’를 성착취로, 성매수에 이용된 아동은 ‘성착취범죄의 피해아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 흐름을 반영하여, 성매매특별법 상 미성년자를 성매수자가 아닌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의 경우 적용되는 형법상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경우 연령기준을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여 보호범위를 넓혔고, 이에 발맞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 16세 미만 아동의 궁박 상태를 이용한 간음, 추행을 처벌하는 내용을 신설하고,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을 사는 행위를 하는 경우 가중처벌하기로 법률을 개정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 결과 이러한 입법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낮은 선고형이 반복되어 집행유예를 받는 것이 사실상 관례가 되어버렸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징역형임을 감안하면, 법원에서 법정형 최하한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집행유예까지 선고하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들을 무죄 방면하는 것과도 같다.

 

이처럼 턱없이 낮은 선고형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시점에 이번 법원의 판결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왕미양)는 기존 선고형의 관행을 과감히 깨고, 아동‧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한 걸음을 내딛어준 이번 법원의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나아가 ‘법의 적용’이 수반되지 않은 ‘법의 제정’은 큰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기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아동‧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법적 조치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2024. 5. 2.

(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  장   왕 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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